요즘은

12.08.25 근황

호킴쓰 2012. 8. 26. 00:07



 지지난주 쯤 샀던 바질이 벌써 이만큼이나 자라났다. 화분 채로 산 것이 아니라 씨앗과 흙만 따로 사서(그것도 한 봉지에 천원 짜리) 심었기 때문에 별로 기대를 안했었다. 연일 내리는 비로 인해 몸도 마음도 쳐져있던 며칠 전, 기대도 안했던 바질에 새싹이 돋은 걸 발견했다. 그 순간의 기분을 뭐라 표현하기가 힘들다. 햇빛도 잘 안비추고 관심도 별로 안써줬는데 이렇게 무수히 자라난 새싹들이 참 대견했달까? 내 마음이 밝아지는 듯한 기분이었다. 우중충한 날씨에 한줄기 햇빛이 든 것만 같은 그 기분..ㅎㅎ

 식물에 대해 무지했고 이렇게 많이 나올진 상상도 못했는데..지금은 분갈이를 걱정하고 있다.ㅎㅎ 잘 자라다오. 얼른 요리해먹게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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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덧 개학이 일주일 남았다. 졸업작품 최종심사는 11일 정도를 남겨둔 이 시점, 교수님이 시키신 작업은 거의 손도 못대었다. 매일 프로그램들을 켜기는 하건만... 마음 속 한 구석엔 항상 불안과 초조함, 짜증과 답답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꾸 딴 짓을 한다. 오늘은 마사토끼의 만화 한 편과 다음의 김철수씨 이야기를 정주행했다. 재밌게 읽으면서도 '아 이제 작업해야하는데...'라는 생각을 멈추지 않는다.

 누가 말했던가- 가장 행복한 현재란 미래와 과거를 생각치 않는 것이라고. 후회하지않기 위해선 차라리 이 순간을 즐겨야하건만...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작업을 하지않는 내 자신이 싫어진다.

 내일은 정해진 분량을 재빨리 끝내고 후련하게 놀아야지 다짐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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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상마당의 독립문화기획자 학교에 들어간 것은 이번 방학 때 선택한 일 중 가장 잘한 일인 것 같다.(그 다음은 책을 많이 읽는 것) 벌써 7번의 수업을 들었고, 이제 3번만을 남겨두고 있다. 이번 시간(8.23)에는 실전 기획서를 작성했는데, 선생님께 칭찬을 들어서 기분이 무척 좋았다. 실행 가능성이 있는 기획서라는 말씀을 덧붙이시면서... 이 날은 수업 후에 수강생들과 가볍게 맥주 한 잔을 마시는 시간을 가졌다. 선생님 입담이 좋으시기에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줄 알았는데, 30명 중 8명 밖에 안갔고 그 중 나는 막내였다(!!). 학교 행사에서는 가장 나이가 많은 내가.... ㅎㅎ 평소 친구들 술자리와는 다른 느낌의 술자리여서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재밌었다. 어른이 된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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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술자리를 즐기고 천안은 차가 끊겨 갈수가 없기에 동생의 집으로 향했다. 학교 연수 덕분에 서울대 입구 쪽에 방을 잡은 동생은, 이미 얼큰하게 취해있었다. 오랜만에 둘만의 시간을 가져볼까 했건만.. 그렇게 그냥 동생 집으로 갔는데, 마침 동생 친구도 신세를 지고있었다. 셋이서 이야기를 조금 나누고(화제거리가 재밌었다. 국립과학수사원과 시체해부, 범죄율에 관한 이야기 등) 잠을 청하는데 기분이 묘-했다.

 내가 동생 방에서 신세를 지는 건 처음이어서 그랬던 것 같다. 내 옆에 이 두 명이 곧 경찰 간부가 된다는 사실도 신기하기만했다.
 다음 날은 오랜만에 동생과 데이트(?)를 했다. 서울대 입구 역 근처의 맛집에서 초밥을 먹고(내가 샀다) 동생이 커피를 샀다. 여러가지 잡담을 나누고 아버지와 통화를 했다.

 이런 시간을 보내고 천안에 내려가던 중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예전엔 동생과의 사이가 어색하여' 어떻게 하면 세상에서 가장 사이좋은 형제 지간이 될까?' '동생이 나를 불편해하는 것 같아.' '노력하지 않는 것 같아.' 등등의.. 지금 생각해보니 혼자 그런 생각에 빠져, 멀쩡한 동생의 행동 하나조차 불편하게 봤던 건 나 자신이었던 것 같다. 요즘의 친구관계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친했던 사람과 술자리가 줄어든다거나, 연락이 뜸해진다거나 하면... 내가 무슨 잘못을 한 건 아닐까, 내가 싫어졌나 등의 벽을 차근차근 쌓아올리는 것이다. 상대는 아무렇지도 않는데..

 좀 더 담대한 사람이 되야겠다. 방 안에서 혼자 오래있으니 별의별 생각이 다든다. 어찌되었건 오늘 목표 중 하나인 블로그에 글쓰는 것은 성공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