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신당 대표인 홍세화 대표의 책을 읽었다.
책의 시작이 아주 인상깊었다. 우리의 머리 속을 지배하는 이 '생각'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사람은 생각하는 동물이라고들 말하는데, 이 머리속을 지배하는 '생각'에 대해서는 왜 생각하지 않는 것일까?
데카르트는 의심에 의심을 거듭하다가, 지금 생각하고 있는 내 존재는 의심할 수 없기에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라는 명언을 남겼다.
나에게 생각을 집어넣은 주체는 너무나도 많다. 내 부모님, 친구, 선생님, 미디어 등... 내 머리 속에 생각을 집어넣은 주체는 다름아닌 이 '사회' 그 자체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우리 안에 채우고 있는 생각, 주장, 이념들은 이 사회를 지배하는 세력이 요구하는 그것일 확률이 높다. -라는 전제 하에 책은 시작한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는 독서와 토론을 통하여 내 생각을, 나아가 이 사회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안목을 키워야한다고 말한다. 마르크스도 말하였다. "한 사회를 지배하는 이념은 지배계급의 이념이다."
책의 모든 점에 대해 논하기엔 힘들지만 인상깊었던 부분을 적어보자면..
초등학교부터 대학교, 군대까지 거쳐오며 우리가 배우는 교육에 관해 저자는 많은 것을 이야기한다. 우리가 받는 교육의 궁극적 목표는 무엇인가? 정해진 커리큘럼대로만 따라오면 우리는 '성인'이 되는 것인가? 혹시 사회가 바라는 '인간'이 되는 것은 아닐까. 주체적 자아와 진정한 자유인을 형성하는 것이 목표라면 독서와 토론, 인문학, 예술을 강조해야할텐데 그러지는 못할 망정, 오지선답 형의 문제로 구성된 '테스트'를 통해 인간의 순위를 결정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뼛속 깊이 박혀있는 '차별'은 이렇게 초등학교 교육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예전과 같이 개천에서 용나는 사회가 절대로 아니다. 혹여나 개천에서 용이 나더라도, 그 용이 개천을 바라보는 사회는 더더욱 아니다. 단지 용이 사는 세상에서 홀로 고고히 살아갈 뿐이지.
교육의 사교육화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한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외국에서 노블레스 오블레주가 일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자신이 성공하는 것에, 사회의 무상교육제도의 수혜를 받았기에 그러한 사회환원 의식이 자연스레 자리잡은 것이다. 우리나라가 그러한 무상교육이 가능할까? 아마 힘들지 않을까 싶다. 지난 번 무상급식 때 일어났던 포퓰리즘 논쟁만 떠올려도....쉽게 그러한 답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양극화가 심하고 모두가 힘든 이 순간 복지를 해야 미래를 대비할 수 있는 것인데, 지금 힘든데 어떻게 복지를 하란 말야! 라고 대답하는 우리나라에서.. 어떠한 앞날을 바라볼 수 있을까?
우리나라는 타 나라에 비해 특수한 구조를 가지고있다. 바로 분단국가라는 점인데, 우리의 지배세력들은 이 점을 이용해, 조금이라도 사회에 반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거침없이 한 단어로 몰아붙인다. 바로 빨갱이와 종북세력이라는 단어로! 물론 북한을 추종하는 세력이 없다는 얘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자기와 다른 생각을 가진 자와 대화를 가질 생각조차 하지않고, 무작정 그러한 수사들로 몰아붙이고 탄압하려 한다면, 이 사회가 어떻게 성숙을 이룰 수 있을까. 포털사이트의 뉴스 댓글란을 보면 정말 너무나도 심한 욕설로 얼룩져있다. 조금만 비판적 시각을 드러내면 넌 빨갱이야! 넌 종북이야! 넌 전라도 사람이야! 라는 둥. 이명박 대통령 취임 이후 민주주의가 추락한다는 얘기는 너도나도 하는데, 정말 포털 댓글만 보면 이미 북한과 별 다를 바 없는 사회같다. 대게 이런 사람들의 특징도 비스무레하다. 나름 성심성의것 내 지식을 뒤져 비판적 댓글을 달아도, 그 사람의 성의를 기대하긴 힘들다. 그 사람의 머리 속에 이미 나는 빨갱이이니까.
나에게도 해당하는 부분도 있었다. 지금 우리나라를 비판의식을 가지고 바라보는 사람 역시 그 생각이 어디서 왔는지, 어떤 상태인지 바라보아야한다고 말한다. 필시 우연한 계기로 그 생각이 전복된 경우가 많다고.(나의 경우 트위터와 독서, 교수님) 그렇기에 한번의 계기일 뿐인 이 것을, 마치 태양의 진리를 얻은 것 마냥 자신이 옳다고 주장하는 무리가 되어선 안된다. 진정한 진보의식이란 끊임없는 자기부정의 과정이여야 한다는 것이다. 자기부정을 한 번 겪은 것만으로 만족하는 '진보하지않는 진보의식' 이라는 형용모순에 빠지지않도록 주의하여야한다.
이 책에서는 위와 같은 이야기 외에도 다양한 사회적 문제들을 비판적으로 바라본다. 종교 문제, 복지 문제, 양극화 문제 등.. 어떤 점은 내가 생각했던 것과 비슷한 대안을 제시하기도 하고, 어떤 문제는 아예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기도 한다. 모든 점이 내 생각과 같은 것도 아니다. 하지만 나와 '다른' 생각을 존중하는 성숙한 이라면 한 번 쯤 읽어볼 가치가 있는 책이 아닌가 싶다.
마지막으로 가장 인상깊었던 구절을 옮겨본다.
"다소 비유가 거칠긴 하지만, 우리 삶을 자동차와 견준다면 우리 삶은 자동차와 달리 후진 기능도 없고 정지 기능도 없다. 뒤로 돌아가지 못하고 멈추지도 못한 채 그저 앞으로만 내달리는 게 우리 삶이다. 나에게 허용된 것이 핸들뿐이라는 얘기인데, 내가 갖고 있는 생각을 고집한다는 것은 핸들을 고정시키고 있다는 뜻이 된다. 그런데 만약 그 핸들마저 나의 자유의지에 의해 고정된 게 아니라 누군가에 의해 고정된 것이라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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