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사고싶다.
마음을 먹고 꽃집을 찾고. 왠지모를 부끄러움을 안고 꽃집에 들어가, 주인과 이야기를 나누고.
"선물하려고 하는데 장미 한다발 해주세요."라고 말하면 나는 괜시리 얼굴이 발개지겠지. 그럼 주인은 다안다는 듯이 씨익 웃으며 능숙한 솜씨로 가시를 치고 포장을 할거야. 바쁘게 포장을 하는 동안, 난 머리 속으로 상상을 하는거야. 받는 사람의 표정과 그 상황을.
'내가 널 위해 꽃을 샀다는 걸 너는 알까. 기다려라, 널 놀래키려고 내가 간다.'
잔금을 치루고 꽃을 안고 나가는 그 기분도 색다르지. 왠지 모르게 거리의 사람들이 다 나를 쳐다보는것만 같은. 무슨 기념일인가봐, 줄 사람 있어서 좋겠다, 받는 사람은 좋겠네 같은, 긍정적인 생각들을 하며 나를 쳐다보는거겠지. 꽃을 들고가는데 무슨 안좋은 상상을 하며 나를 바라보겠어?
그리고선 선물.
몰래 숨겨서 주기까지의 그 떨림과 전달, 그리고 답례로 받는 함박웃음. 그 후 꽃을 선물한 이와 나란히 걷는 산책길. 행복이 별건가, 그 순간이야말로 제일 행복한 순간이 아닐까.
*
누군가는 꽃을 사는 게 돈이 아깝다고들 말하지. 그 돈으로 이것도 할 수 있고, 저것도 할 수 있다고. 몇 년전의 나만해도 그랬고.
하지만 요즘의 나는 생각해. 비록 빠른 시간내에 시들어버리는 꽃일지라도, 이 꽃을 사는 과정을 좋아하고 이 순간을 오랫동안 기억할 것이니까, 그 정도는 투자할 수 있다고.
헌데 아쉽게도 줄 사람도 주고싶은 사람도 없으니, 그냥 날 줄까봐. 내가 혼자 샀다고는 생각 안할 것 아냐
한 송이든 두 송이든, 사가지고 거리를 걸어야겠다. 라고 생각하는 지금 시각은 새벽 2시 4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