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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002 가을은 가을인가봐

 

가을은 가을인가봐.

 많이 안정되었다고 생각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옛 사진이나 감상적인 노래를 듣는 순간 오만 잡다한 감정에 빠져버린다. 마치 늪에 발을 디딘 것 마냥, 푸-욱. 지난 사진첩을 열어보는 일과, 혼자 맥주캔을 따는 일이 잦아졌다.

 의도적으로 감상적인 노래를 듣기싫어 컴퓨터로는 즐거운 노래 혹은 재미진 노래만을 듣는 요즈음인데, 업데이트가 없었던 핸드폰이나 아이패드 속 플레이리스트는 나를 울리고자 득달같이 달려들 때가 많다.


 종교에 의지하는 삶을 싫어하는 나이지만, 고해성사라는 것은 한 번 해보고싶다. 내 자신에 대해 솔직하고 변명하지 말자고 다짐한 후 실천하려고 노력하는데 이게 굉장히 힘든 일이란 걸 깨닳았다. 있는 그대로의 내 자신을 받아들이기란 너무나 어렵다. 나에 대한 평가를 내리지말고 담담히 들어주는 사람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을 자주 한다. 그러나 예수? 부처? 그 새끼들도 결국은 나에 대한 평가를 천국과 지옥, 윤회와 해탈로 내릴텐데. 그럴바에야 난 차라리 고양이나 강아지, 창문 앞의 화초를 믿으면서 고해성사를 하며 살고싶다 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밥과 애정은 무한히 줄터이니, 나에게 진심어린 시선과 파릇함만을 선물해주지 않으련? 나에겐 그것만큼 큰 구원은 없을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