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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마을 다이어리_160113 존재만으로도 누군가에게 상처가 된다고 생각하는 모두에게, 그건 네 탓이 아니라고, 넌 충분히 좋은 사람이라고 얘기해주는 영화 같다고 생각했다. 죽은 아버지와 식당 아줌마가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다고 생각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이야기했던 것처럼, 닥쳐오는 현실의 여러 문제들에 지쳐가던 마음이 풀리는 듯한 기분이 들었던 2시간이 정말 좋았다. 영화를 보기 전엔 큰 굴곡 없는 스토리가 2시간이 넘는다면 너무 긴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잠깐 했는데, 끝나고나서는 오랜 세월 굳은 살처럼 박혀있는 스즈의 마음이 풀리려면 꼭 필요했던 러닝타임이였다고 생각했다. 캐릭터 하나하나를 허투로 그리지 않은 고레에다 감독의 연출이 무척 좋았다. * 엔딩 즈음에 스즈가 뜨는 매실주 속 매실이 통 - 하고 튀어오르던 디테일, 벚.. 더보기
150518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 다큐멘터리는 역사책을 쓰기 위해 오래된 사진을 구하던 존 말루프가 경매장에서 비비안 마이어의 필름들을 구매하게 되며 시작한다. 15만장에 달하는 어마어마하게 많은 필름을 남긴 그녀. 무척 훌륭한 사진을 찍었지만, 구글에서 조차 그녀에 대해 아무 정보를 주지않는다. 현상되지않은 수많은 필름들을 조금씩 현상해가며 그녀에 대한 궁금증을 키워가던 존 말루프는 구입한 필름들이 들어있던 박스에 적힌 주소를 통해 그녀가 살던 집에 연락하게되고, 그녀에 대해 조금씩 알게 된다. 를 보며 나는 예술가의 작업물만이 보여줄 수 있는 어떤 시선에 대해 생각했다. 유모이자 사진가였던 그녀를 겪었던 여러 사람들이 생각하는 그녀는 특별하지만 외로웠고, 가난했으며 때로는 무서운 사람이였다. 하지만 그 수많은 사람들의 증언을 종합한 .. 더보기
141222 자비에 돌란의 마미와 파티 51 급했던 일들과 미뤘던 일들을 마치고 영화 2편을 보았다. 하나는 요새 인기몰이 중이신 자비에 돌란의 , 또 하나는 홍대 앞 인디뮤지션들의 이야기를 담은 . 두 편 모두 상상마당에서 보았다. 우선 자비에 돌란의 . 감독인 자비에 돌란이 요즘 워낙에 주목받는 인물인데다가, 수입사인 아트나인의 열정적인 홍보 탓에 보기 전부터 본 것만 같은 영화였다. 게다가 의 주인공인 앙투안 올리비에 필롱은 2014 상상마당 씨네아이콘이였기에 캐리커쳐까지 한 나에겐 더더욱 친숙했다... 영화는 특이하게도 1:1의 정사각형 비율로 진행된다. 자비에 돌란은 주인공들에게 집중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그렇게 찍었다고 하는데... 인스타그램 세대여서 그런 것이 아닐까 하는 장난스런 생각이 들었다.(영화 속 색감들도 인스타그램 필터를 먹인.. 더보기
<어거스트 : 가족의 초상> 최근 가족 영화를 연속해서 3편을 보았다.요새 로 흥행몰이 중인 웨스 앤더슨 감독의 와 , 그리고 영화관에서 개봉 중인 이렇게 세 편. 웨스 앤더슨이 삐뚤어지고 망가진 가족들의 사이를 유머와 어여쁜 미장센으로 표현하고, 결말에 가서는 나름의 해피엔딩을 선사하는 식이라면, 어거스트 가족의 초상은 웃음기를 쫙 빼고,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서로 주고받는 상처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따뜻한 가족영화를 기대하고 들어갔다간 중간에 영화관을 박차고 나오게 될지도.. 동화같은 웨스 앤더슨의 영화를 보았을 때 쌓은 긍정에너지를 오늘 어거스트를 봄으로써 다 써버린 기분이 들었다. 너덜너덜. 낭만적인 가족의 화합보다, 현실적이고 리얼한 가족 싸움이 보고싶은 분들께 추천. 성격이 다 다른 캐릭터들이 부딛혀서 어우러지는 합이.. 더보기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 매튜 맥커너히에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안겨줬다던 영화. 우리나라에 영화를 수입한 배급사가, 원래 비율이 아닌 이상한 비율의 영화를 수입해 와서 트위터 상에 화제가 되었던 영화(논란에 못이겨 정상 수입했다고). 그 화제의 영화를 보았다. 솔직히 매튜 맥커너히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고 영화를 보았다. 영화 속 매튜의 첫인상은 지독히도 말랐고 껄렁껄렁했으며 마초적이였다. 게이를 혐오하는 호모포비아이자 오프닝 때부터 여자 둘과 소 경기를 보며 섹스를 하던, 현실에서는 절대 마주치는 것조차 싫을 것 같은 그가 어떻게 변화될지 기대를 잔뜩 하며 영화를 보았다. 호모 따위나 걸리는 병이라며, HIV에 걸린 유명 배우를 맹비난하던 그가, 우연한 사고로 찾은 병원에서 HIV 양성 반응과 30일 .. 더보기
만신 오늘 만신을 보았다. 솔직히 얘기해보자면, 사주나 굿, 무속신앙, 종교 등을 좋아하지 않는다. 부모님이 사주를 본다거나 용한 무당이 있다고 같이 가보자고 얘기하시던 때가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괜한 역정을 내곤 했던 나였다. 이런 나이지만 마음 한 구석엔, 내가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세계 - 무당의 삶에 대해선 호기심이 있었기에, '만신'(만신은 무당을 높여부르는 호칭이라고 함)이라는 영화가 개봉했다는 소식에 귀가 솔깃하긴 했다. 하지만 정말 보고싶던 영화도 잘 놓치던 나... 이런 몸뚱아리 무거운 나를 번쩍 일으킨 것은 '만신' 예고편에서 본 문소리와 김새론의 눈빛, 그리고 가수 백현진이 영화 ost로 부른 ‘파경’을 들은 순간이였다. 영화를 보고 나서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무속신앙을 싫어한다고 얘.. 더보기
거짓말게임 평소에 좋아하던 트위터 지인인 김 수님(@directorsoo)의 연극, '거짓말 게임'을 보고왔다. 대학로에서 연극을 제대로 본 것은, 대학교 1학년 시절 교양과목 탓에 억지로 본 1편을 제외하면 이번 거짓말게임이 처음이였다. 대화는 많이 못해보았지만, 수 님의 글이 평소에 원체 좋았었기에 마음을 먹고 다녀왔다. 학생 연극은, 대학 시절 연극과 친구들 탓에 너댓번 보았었는데 그 때마다 생각했던, 영화보다 연극이 더 대단하게 생각되는 점이 몇 개 있다. 영화는 감독이 관객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다양한 앵글과 색감, cg를 통해 좀 더 편하게(?) 전달할 수 있지만, 연극은 조그마한 무대를 여러 각도의 관객들이 바라보기에 연출하기가 훨씬 더 어렵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주변환경의 영향과 배우들의 컨디션 .. 더보기
퍼시픽 림 전형적이다 못해 진부하다 못해 촌스럽기까지 한 캐릭터들과 스토리를 참아내게 만드는 cg의 힘. 길예모르 델 토로 특유의 크리쳐와 메카닉 디자인을 큰 스크린으로 본 것만으로도 영화 값은 아깝지 않았다. 지금은 비록 애니메이션을 하고있지 않지만, 보는 내내 입을 다물기가 힘들 정도의 액팅이였달까? 안 해본 사람은 절대 모르는... 특히 무거운 물체를 액팅시키는 게 얼마나 힘들지 알기에, 액션씬만 나오면 주먹을 펴기조차 힘들 정도였다. 게다가, 밤이라니, 물이라니! 퍼시픽 림에 참여한 모든 cg 하시는 분들 존경스럽습니다.. 진심으로. 개인적으로 체르노 알파의 디자인이 가장 멋졌고, 중국 친구들의 유니폼도 멋있었다. 들어보니 길예모르 델 토로가 일본 메카닉 애니메이션의 광 팬이라고. 그래서 메카닉의 머리에 주.. 더보기
실버 라이닝 플레이북 들었던 이야기와, 기대만큼은 아니였던 영화. 그래도 좋았다. 재밌었던 건, 정신적인 문제를 안고있는 팻과 티파니보다 주변 사람들이 더 문제 있어보였다는 점이랄까? 도박에 빠진 주제에 아들과의 소통을 들먹이며 울먹여서 미신에 동참시키는 아버지나, 아내에게 휘어잡혀서는 차고에서 물건을 깨부수는 팻의 친구나. 누구나 자신만의 삶의 방식이 있겠지만, 내가 스포츠와 미신을 과도하게 싫어해서인지 보는 내내 눈살이 찌푸려졌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두 개를 다 사랑하는 주인공의 아버지였으니, 말 다했지. 자기 자신을 솔직히 인정하는 티파니의 모습이 정말 사랑스러워보였다. (제니퍼 로렌스가 사랑스러운 것일지도) 사랑하는 아내가, 자신과의 결혼식 주제가를 배경음으로 외도를 하고 있었더라면 그 어느 누가 팻처럼 안될 수 있.. 더보기
오랜만의 하루키 장편, 반가워요. 쓰쿠루.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얼마만에 만나는 하루키인가. 평론가의 반응과 독자의 반응이 가장 극명하게 갈리는 작가에서 영예롭게 1위를 차지한다는 그. 하지만 나에겐 그래도, 하루키다. 20년을 살았던 고향에서 떠나가 낯선 도시에서 적응했어야만 했고, 3년 여를 만났던 여자친구와 헤어짐마저 겹쳐서 골골대던 괴로웠던 시절 2007년, 그리고 군대 가기 전 뭘해야할지 몰라서 방황하던 2008년을 함께 해줬던 그의 책들. 여러 권에 달아던 초반의 장편 소설을 제하고는 다 소장마저 하고있을 정도로 좋아했던 그였는데, 솔직히 얼마 전 나왔던 잡문집은 도저히 손에 안잡혔더랬다. 내가 읽었던 기사에서는 '그는 장편보다 단편, 그리고 단편보다 에세이지' 라고 말했다던데. 난 다르더라고. 여튼,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