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봤습니다/영화를

150518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

다큐멘터리는 역사책을 쓰기 위해 오래된 사진을 구하던 존 말루프가 경매장에서 비비안 마이어의 필름들을 구매하게 되며 시작한다. 15만장에 달하는 어마어마하게 많은 필름을 남긴 그녀. 무척 훌륭한 사진을 찍었지만, 구글에서 조차 그녀에 대해 아무 정보를 주지않는다. 현상되지않은 수많은 필름들을 조금씩 현상해가며 그녀에 대한 궁금증을 키워가던 존 말루프는 구입한 필름들이 들어있던 박스에 적힌 주소를 통해 그녀가 살던 집에 연락하게되고, 그녀에 대해 조금씩 알게 된다.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를 보며 나는 예술가의 작업물만이 보여줄 수 있는 어떤 시선에 대해 생각했다. 유모이자 사진가였던 그녀를 겪었던 여러 사람들이 생각하는 그녀는 특별하지만 외로웠고, 가난했으며 때로는 무서운 사람이였다. 하지만 그 수많은 사람들의 증언을 종합한 것보다, 남겨진 사진이 보여주는 풍경들을 조용히 바라보는 것이 그녀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려준다라는 어느 평론가의 말이 제일 가슴에 와닿는다. -물론 사진 전부를 보진 못했지만- 그녀의 사진들은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 같다. 나는 힘들게 살아왔지만 그 와중에도 세상에 대한 애정과 호기심을 잃지 않았었다고. 사진 중에서도 무척 많은 분량을 차지했던 셀프 카메라는, 그녀의 직업과 하층민이였던 신분만을 바라보던 사람들에게, "여기에 이런 내가 있어요! 이런 내 모습도 알아주세요!" 라고 외치는 어떤 목소리 같기도 했다.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 를 보고 자기만의 관점을 가지고, 자신만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뭔가를 창작하는 사람들은 정말 멋지구나 라고 생각했다. 요즘 그림을 그리면서 많은 생각을 한다. 그림(창작물)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남들과는 다른 개성있는 스타일일까, 아니면 그 사람만이 이야기할 수 있는 어떤 독립적인 세계일까. 둘 다 놓쳐서는 안되는 부분이지만 나는 더 중요한 것이 후자라고 생각한다. 경험과 스킬이 부족하여 과거의 작가들의 레퍼런스들을 "조금" 빌려오더라도 자기만의 관점을 보여주는 작업들이, 스타일에만 집중하느라 무엇을 그려야할지 모르는 작업물보다 더 애정이 간다.

  *

P.S. 다큐멘터리는 주로 젊은 날과 중년의 비비안 사진을 보여주는데, 말년의 그녀가 셀프 카메라를 찍었는지 여부가 궁금하다. 말년의 셀카를 보면 왠지 많이 슬퍼질 것 같지만...


P.S.2 비비안 마이어의 사진들을 보는 사람들이 그녀의 따뜻한 시선을 생각하듯이, 내 작업물에서도 그런 온기가 느껴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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