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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704 양평에 다녀온 후

 고등학교 친구들과 양평에 다녀왔다. 


 벌써 5년이 넘도록 유지해온 모임이지만, 이 친구들을 만나고 난 후면 항상 많은 생각에 빠지게 된다.

 오랜만에 만나서 반가움에 안부를 묻고 나면 자연스럽게 현재 살고 있는 모습에 대해 이야기하기 마련.

 차를 샀네 집을 샀네 이런 현실감 제로의 대화들. 

 

 모두가 정석이라고들 말하는 그런 코스(인문계- 인 서울 대학교 - 대기업)를 밟고 있는 친구들에 비해, 

 나는 올해에서야 겨우 안정을 찾았기 때문에 이런 대화에서 나도 모르게 위축이 되곤 한다. 


 설상가상으로 이번 모임에선 친구들 두 명의 결혼 소식을 들었다.

 한 명은 동반 입대 친구인 진호, 그리고 또 한 명은 같이 서울에 올라온 친구 중 가장 가깝다고 생각하는 동찬. 

 모임에서 가장 사랑하는 이 두 친구들이 잘 살아가는 모습을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싶었는데,

 마음 한 구석에서 올라오는 어떤 울컥거리는 기분 때문에 이도 저도 아닌 기분으로 박수를 친 꼴이 되어버렸다. 

 나도 언젠가 이렇게 결혼 소식을 알릴 수 있을까? 설령 진심으로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더라도 너희같은 코스를 밟을 순 없겠지.


 술자리를 파하고 잠에 들었는데, 2월의 그 날 이후 가장 서러운 꿈을 꿨다. 

 실제로 만나서 나누지 않고서야 결코 알 수 없을, 헤어진 이유에 대한 대화를 나눴고, 서로 울었고, 역시 또 헤어졌다. 

 물론 이건 내 머리 속에서 일어난 대화들이니, 모두가 내 관점에서만 이루어진 일방적인 대화였을 것이다.

 친한 친구들의 행복한 소식을 듣고 이런 꿈을 꿨다는 내 자신이 싫어서 하루 종일 괴로웠다.

 꿈 속의 찌질한 나는 정확히 공감할 수 없었던 헤어지는 이유에 대해 자꾸만 내 자격지심을 들이민다.

 일 때문에 함께 해주지 못했던 시간을,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못했던 과거의 내 처지 같은 것들을. 


 자격지심을 원동력 삼아 살아가는 타입이라 여기까지 온 것이긴 하다만, 

 이제는 영원히 알 수 없는 사실들에 내 자격지심을 들이미는 짓은 그만두고 싶다.

 내가 가진 것을 만족해하고 사랑하며, 그것을 유지하는 과정에서 보람을 느끼는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