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1
어젯밤 일찍 잠들어서인지 굉장히 이른 새벽에 깼다. 나도 시차라는 걸 겪는건가? 우헤헤 하며 일어났던 기억이...☞ ☜
(머물렀던 기숙사 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
형이 일어나자마 동네 수퍼로 향했다. 이곳은 한국처럼 대형마트나 편의점이 아닌 슈퍼에서 주로 쇼핑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큰 수퍼가 아니여도 이렇게 꽃을 파는 공간이 있다. 영국인들은 정원을 사랑한다더니, 정말)
우린 세인즈버리라는 수퍼에 가서 레디밀(오븐에 돌려서 바로 먹는)을 몇 개 사고 형이 애정하는 주스(2+1 !! 우리나라만 있는 것이 아니였다. 레디밀, 주스, 요거트 등 2+1, 1+1 이 정말 많다! )와 요거트, 샌드위치 재료 등을 사서 돌아왔다.
집에서 샌드위치를 해먹고 오늘은 어딜 갈까 얘기를 나눴다. 꼭 가보고 싶은 곳 몇 개를 빼놓고 구체적 일정을 짜지않았기에 살짝 멍 하니 있자, 형이 최근에 오픈한 전시 등을 알아보았다.
일단 형의 마지막 과제를 제출하기 위해 학교를 들르고, 바비칸 센터에서 하는 모멘텀이라는 현대미술 전시를 보기로 했다.
스쿨버스를 타고 학교로 ~
이 곳이 킹스턴 유니버시티.
형이 교수와 면담하는 동안 나는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었다.
킹스턴 역의 명물, 기울여진 빨간 공중박스. 예쁘게 찍고싶었는데 잘 안되더라
바비칸 센터를 가기 위해 킹스턴 역으로-
막스 앤 스펜서에서 산 예쁜 생수
광고들이 귀여웠다.
킹스턴 역에서 기차를 타고, 런던 워털루 역으로 가 지하철을 탔다. 처음 본 영국의 지하철은, 뭔가 친숙한 느낌이였다.
깨끗하지도, 세련되지도 않지만 편안한. 런던의 지하철에선 인터넷이 안된다는 걸 이 날 알았다.
지하철을 환승하다가 만난 연주자.
사진을 찍고 동전을 드렸다. 영화 어바웃 타임이 생각났다.
해리포터에 나오는 킹스크로스 역은 최근에 공사를 해서 현대식으로 바뀌였다고 한다.
예전엔 더 해리포터에 나올법한 느낌이였다고. 바비칸 센터 가는 길에 있어서 잠시 내려 들렀다.
9와 3/4승강장이라고 써진 벽 앞 반쯤 들어간 카트가 전시되어있었는데 약간 성의가 없어보였다 ㅋㅋ
해드위그로 보이는 부엉이 눈이 비뚤게 달려있는 등...
관광객이 많아서 펜스가 쳐져있었고, 친절한 직원 분들이 촬영을 도와주었다. 운이 좋으면 강낭콩 젤리도 얻어먹을 수 있다.
플랫폼으로 쑤욱 들어가는 느낌을 연출하기 위해, 뒤에서 머플러를 잡아준다.
한 명이 잡아주고 다른 한 명이 사진을 찍어주는데, 옆에 있는 기념품 가게에서 사진으로 받을 수 있다. -물론 비싸다
신난 나의 모습. (승강장으로 들어..가... 가버렷!!)
(이렇게 뒤에서 무심하게 잡아주고있다.-ㅅ-)
기념품 가게에서는 리미티드 에디션 요술지팡이도 판다. 비싸서 못샀다
(대신 뱃지를 샀다. 퀴디치 뱃지!)
아침을 워낙 일찍 먹어서, 배가 고파 치킨 파이를 하나 사먹었다. 맛은 그저 그랬다.
다시 바비칸 센터로~
뒤게 복잡하게 되어있는 바비칸 센터. 물어물어 전시장을 도착.
로고가 귀엽다. 4B 연필 생각나네
UVA(United Visual Artist)의 모멘텀(Momentum)
뭐라 표현하기 힘든 전시였다. 어둡고 긴 터널같은 공간에 드문드문 설치된 흰 조명-
곡선으로 이루어진 공간과, 조명이 설치된 각도에 따라 달라지는 빛의 번짐 등을 가만히 보며 걷자니, 이 길이 영원히 계속될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주욱 들어가니, 높은 천정에 진자운동을 하는 조명이 일정한 간격으로 설치되어 있었다. 형과 한참을 앉아있었는데, 10분 정도 있었을까 내가 먼저 나오자고 하였다.
계속 그곳에 있다간 진자운동을 하는 조명의 웅웅대는 소리와 어둠의 밀도에, 깊은 곳에 꼭꼭 눌러둔 감정이 삐져나올 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서.
사진을 잘 찍지 못해서 이 공간이 잘 안보이기에 구글에서 밑의 사진을 퍼왔다.
전시를 보고 나가려는데, 마침 다른 층에서 장 폴 고티에 전시를 하는 것을 발견, 충동적으로 들어갔다.
모멘텀은 무료였지만 이 전시는 10파운드를 훌쩍 넘겼던 걸로...
장 폴 고티에의 컬렉션 의상들과 아트워크 등이 전시되어있던 이 전시는,
다른 전시들과 차별화된 점이 하나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움직이는 마네킹 얼굴! 마네킹마다 빔이 따로 설치되어 마치 사람처럼 움직이며 이야기를 한다!!
뉴욕에서 패션 관련 유학하는 인스타그램 친구를 통해 이 전시를 봤다는 것을 들어가서야 알았다.
형이랑 대화하면서, 대림미술관에서 조만간 이 전시를 가져올 거라고 호언장담했던 기억이..ㅋㅋ
신기한 마네킹 외에도 재밌는 의상이 아주 많았다.
에펠탑 모형으로 만들어진 하이힐
장 폴 고티에를 유명하게 만들어준 원뿔 드레스를 실물로!
(베르세르크의 그것이 생각나는 드레스...)
(ㅋㅋㅋㅋㅋ)
라이더 재킷 하나도 평범한 게 없다.
(고티에의 향수 컬렉션. 향은 못맡아봤지만 디자인 덕에 가지고싶던.)
신박했던 모자. 이것만 있으면 내가 홍대의 아이돌이 될텐데..
2층으로 된 전시를 보고 굿즈샵을 들어갔는데 예쁜 게 너무 많았다. 맘 같아선 장 폴 고티에의 스트라잎 우산과 티셔츠 정돈 사고싶었는데... 이틀차에 돈을 너무 많이 쓰는 것 같아서, 눈물을 머금고 나왔다.
너무 큰 전시장을 돌아보너라 둘 다 살찍 지친 탓에, 바비칸 센터 밖 벤치에서 앉아서 쉬었다.
굉장히 고급져보이는 건물과 뷰였는데... 그런 것보단 와이파이가 잘터져서 좋았다ㅋㅋㅋ
돌아가는 길에 웨스트 민스터 역에서 내려 빅 벤과 런던 아이를 보기로 결정하고,
여기선 신나게 트위터를 하며 체력을 보충한 후 지하철로 향했다.
웨스트 민스터 역에서 내리니 런던의 상징인 흐린 하늘과 빅 벤이 바로 튀어나왔다.
빅 벤이 생각 이상으로 커서 놀랐고, 너무 급작스레 하늘이 흐려져서 놀랐다.
고갤 돌리니 바로 런던 아이가!
멀리서 본 런던 아이는 생각보다 작았는데 저래뵈도 한 알(?)에 스무 명 넘게 들어간다는 형의 말에 조금 놀랐다.
(하늘이 흐려 사진을 찍어도 예쁘게 나오지가 않아...)
유명 관광지여서인지 사람들이 무진장 많았다. 대게 유럽인들로 보였고 아시아인들은 거의 없었다.
런던 아이와 빅 벤까지 봤는데 그냥 돌아가긴 아쉬워 형이 예전에 들러보았다던 펍에 가기로!!
구석진 곳에 있어 찾긴 힘들었지만 영국에서 이제 껏 가본 곳 중에서 가장 취향인 곳이였다(그래봤자 이틀차였지만 ㅋㅋ)
베저(BADGER)사의 에일을 주로 파는 이 곳에서 2파운드짜리 에일 하프를 시켜서 마시는데,
옆자리에 네이비 수트와 페니 로퍼를 신은 전형적인 영국멋쟁이 할아버지가 말을 걸어와서 약간의 대화를 했다.
우리가 남한 사람들이라고 하자, 할아버지는 세월호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 어떤 경우에도 아이들이 가장 중요하단 말을 하셨고, 자기네 나라는 100년 전에 비슷한 사건이 있었지만 아이들을 제일 먼저 구했다고 했다. 이 먼 나라의 할아버지들도 이 사건을 아는구나 싶어 기분이 참... 씁쓸했다.
더 마시고싶었지만, 돌아가는 길이 멀기에 한 잔씩만 먹고 다시 기차를 타러 돌아갔다.
와이파이 박스 저길 들어가서 트위터를 즐겼어야했는데 !
그리고 기차를 타고 다시 돌아온 서비튼 역.
역 앞의 큰 펍 서비튼 서플라이로 가 런던 프라이드를 한 잔 씩 주문하고
식사로 형은 버거, 난 COD라는 단어만 보고 피쉬 앤 칩스로 착각해 대구 요리를 주문했다.
한국에선 꽤나 좋아했던 맥주였는데 다른 에일들을 마시니 되게 밍밍하게 느껴졌던 런던 프라이드.
런던에 왔는데 왜 이래...이름값 어쩔거야
(착각해서 시켰지만 말린 토마토와 향신료들이 매우 내 취향! 22일의 여행 기간 중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식사였다)
(자꾸만 뺏어먹고 싶던 형이 시킨 버거...)
적당한 취기를 안고 집으로 향했다.
아침에 먹었던 샌드위치가 좀 심심했기에 수퍼에서 머스타드 소스도 하나 사서 들어갔다.
머스타드가 종류가 무척 많았는데 그 중에 가장 귀여운 걸 골랐다.
이 머스타드는 다 못 먹고 한국으로 가져왔다.
8시 쯤 기숙사에 들어왔는데, 하루종일 돌아다니고 새벽에 깨서인지 피곤이 몰려와 바로 기절했다.
아 힘들어 이틀차 끝.
'다녀왔습니다 > 영국 여행(140520_140610)' 카테고리의 다른 글
5.20 - 6.10 영국 여행(4일차) (0) | 2014.10.22 |
---|---|
5.20 - 6.10 영국 여행(3,4일차) (1) | 2014.08.26 |
5.20 - 6.10 영국 여행(1일차) (2) | 2014.07.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