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0일
혼자 공항에 온 것은 처음이다. 부모님과 함께거나, 패키지 여행 코스 가이드를 따라 온적만 있었기에 수속이라던가 발권을 혼자 해보려니 어른이 된 기분이 들었다. 다음엔 더 여유롭게 준비해서 와야겠다 다짐을 하며 볼 일을 마친 뒤, 한 끼도 안먹었던 지라 버거킹 햄버거를 먹었다. 시키고 나서야 런던가면 죽어라 이런 거만 먹을텐데 내가 미쳤지 생각이 들더라.
출국수속을 밟고 면세점을 갔다. 런던은 물가가 매우 비싸니 집에서 마실 술을 사오라던 형 말에 따라 예전부터 마셔보고싶었던 이름까지 귀여운 위스키 잭 다니엘 허니( 이 때까지만 해도 그렇게 후회하게 될 것이라곤 예상하지 못했다-)를 한 병 사고, 딥티크에서 향수를 하나 샀다.
(나는 비행기를 타면 항상 구름 사진을 찍는다.)
비행기가 떴다. 마지막으로 비행기를 탔던 때가 언제인지 기억이 잘 나질 않는다. 올 초에 갔던 일본도, 2011년 초에 갔던 중국도 다 배를 탔었지. 알랭 드 보통이 히드로공항에서 썼다던 공항에서의 일주일을 군대에서 읽으며, 내 평생 저 곳에 갈 일이 있긴할까? 생각을 했었는데...
좌석 앞 스크린으로 안내방송과 안전에 관한 영상이 나왔다. 세월호 사건 이후여서인지 안전 관련 영상을 더 유심히 보게 되었다. 예전같았음 한눈을 팔거나 했을터인데....
스크린으로 영화도 볼 수가 있어, 고르는데 한국에서 곧 개봉하는 허(HER)가 있었다? 한국에서 못보고 나와, 돌아가기전막 내리면 어쩌나 싶었는데 이런 곳에서 만나니 무척 반가왔다. 그 외에도 인사이드 르윈 등 다양성 영화가 꽤나 있어 괜히 놀라웠다.
점심이 지난 이 후라 기내식이 안나올 줄 알았는데 탑승 후 얼마 지나지않아 식사가 나왔다. 한식과 양식이 있었는데 아까 햄버거를 먹었기에 옳다구나! 하며 한식을 주문했다.
(향이 좋은 쌈채소가 많아서 행복했다. 난 역시 한국인인가.. )
밥을 맛있게 먹고 아까 골라놓은 외국 영화를 틀어보니 한국말 더빙... 더빙을 별로 안좋아하는지라, 고민하다가 한국 영활 골랐다. 주변의 평이 좋았던 ‘소원'이라는 영화였는데, 들뜬 마음으로 외국여행을 가는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펑펑 울면서 영화를 보았다. 나는 감성남...
실컷 울다가 지쳐서 잠든 후(ㅋㅋ) 시계를 보았는데 아직도 너무나 긴 시간이 남은 상태. 남은 시간 영화나 실컷 보자 마음으로 아이언맨3를 선택했다. 예전에 봤던 영화였기에 더빙으로 보아도 실망 안할 것 같아 골랐다.
영화를 다 보고나니 눈이 매우 피곤해 잠을 자고싶었지만, 왠지 잠이 오질 않아. 형이 보내준 하나투어 PDF여행 가이드북을 훑어보며 우선순위로 갈 곳을 추리며 남은 시간을 보냈다.
드디어 히드로에 도착했다 hidro일줄로만 알았는데 heathrow였다.
내리기 전 비행기에서 본 여행 가이드북에서, 영국 입국 수속 절차가 무척 까다롭다는 이야길 보았다. 영어실력이 안좋기에, 무척이나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향했다. 입국 심사대 근처를 가보니 서 너명의 심사원이 있었다. 보아하니 두 명은 부드럽고 가벼운 질문만 하고 넘어가는 반면 한 명은 질문을 매우 까다롭게 해댔다.. 저 사람에게만 안 걸림 되겠다 싶은 마음으로 차례를 기다렸는데 이게 왠 낭패, 까다로운 사람에게 배정되고 말았다?! 어찌나 질문이 많은지... 짧은 영어 실력에 굉장히 고생하다가 통과했다. 일본 여행 도중 찍었던 스탬프 도장을 보며 이게 도대체 뭐냐고 심각한 표정으로 묻고(안들여보낼 것만 같은 표정으로) 20일 동안 뭘할거고, 직업이 뭔지 등 갖은 까다로운 질문 공세를 퍼부었다. 식은 땀이 날 지경에 이르러서야 통과시켜줬다.
근 일년만에 만난 형은 여전했다.
나 온다고, 머리에 포마드까지 바르고 마중 나온 형은 1년만에 한국 친구를 만나서인지 굉장히 들떠보였다.
(명불허전 런던! 구름 가득한 히드로 공항 앞.)
역 앞에서 버스를 타고 이동했는데, 런던의 2층 버스는 처음 봤기에 조금 설렜다.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어서 아 외국에 오긴 왔구나 실감도 났고.
우리는 킹스턴 역에서 내려 식사를 하러 이동했다. 내가 맛있는 걸 준비해놓으라고 했을 땐 알았다며 자신있게 말하고 나보곤 술만 사오라더니.. 형은 별 준비를 안해놨었다. 그래서 저녁은 사먹기로.. 근방 독일 식당의 음식이 맛이 좋다며 그곳으로 이동했다. 런던에서 조말론 매장이 있는 곳은 부유한 곳이라는 이야길 들었었는데, 킹스턴에 조말론 매장이 있었다.
지나가는 길에 이렇게 백조가 둥실둥실 떠다니는 것이 보였다. 형은 저 백조가 런던 여왕의 소유라는 이야기도 해주었다.
식당 이름은 STEIN'S. 첫 날부터 영국음식이 아닌 독일음식이란 게 뭔가 재밌었다. 파울라너 생맥주를 파는 조그만 가게였다.
요건 우리가 먹었던 식당 옆의 광고. 나는 요런 게 정말 좋다.
이 곳의 사장님은 정말 '독일인'처럼 생기셨다.
(내 머리속의 독일인은 차가운 인상에 눈이 깊으며 코가 큰 얼굴...머리 색도 회색이였는데...딱!)
예전부터 사람들이 독일만 다녀오면 다 독일식 족발인 슈바인학센에 대해 극찬을 해댔었는데, 그래 이참에 먹어보자 싶어 나는 슈바인학센, 형은 돼지어깨살 요리를 주문했다. 비계 부분이 쫀득하니 맛이 좋았다. 감자도 어떻게 조리를 했는지 쫀득했다.
맛은 괜찮았지만… 두 요리 다 돼지이고 살코기가 많았던 탓에 금방 물렸다. 서브로 내준 절인 양배추도 자꾸 먹으니 물리고…(사진 속의 보라색) 나의 쓸데없는 도전정신으로 주문한 파울라너 라거(파울라너는 헤페바이젠!)가 그나마 느끼함을 좀 달래주었다만, 한 잔 더 마시기엔 비싸서 무척이나 아쉬웠다.
(이번 여행 도중 제일 잘 나온 샷. 김진환 군의 인생샷..)
식사를 하고 형의 기숙사로 향했다.
형의 기숙사는 예상보다 아주 많이 멀었다.
나중에서야 알았지만 원랜 더 가까운 역이 있는데 이 날은 독일 식당 때문에 멀리 돌아갔던 것…
무거운 캐리어를 끌고 깊숙히 들어가는 길에, 해가 완전히 졌다.
저녁 9시가 넘어서야 해가 지는 것이 무척 신기했다. 간판 구경하는 재미에, 자꾸만 멈춰서서 사진을 찍었다.
이름이 귀여워서 여길 꼭 가보고싶었는데, 못갔다. 아쉽다.
킹스턴 역에서 템즈 강가를 따라걸으면, 기숙사가 나온다. 날이 어두워 강가는 잘 보이지 않았다.
형이 재학 중인 킹스턴 유니버시티의 기숙사. 아기자기하고 예뻤다. 들어가기 전까진 두근거렸다ㅋㅋ
딱 들어간 형의 방은 예상보다 좁았다.(무척) 한국의 고시원보다 살짝 큰 정도.. (오죽했음 사진도 안찍었다.)
둘이 자기에 힘든 사이즈였는데.. 다행스럽게도 형의 기숙사 메이트가 키를 반납하지않고 기숙사를 떠나, 빈 방이 하나 있었다.
짐을 대강 풀고 오랜만에 만난 형과 밀렸던 이야기를 더 하기 위해
기숙사생들의 공용 부엌(6명의 친구들이 같이 사용하는)에서 면세점에서 산 위스키를 꺼냈다.
뭘 섞기 전에 스트레이트로 조금 마셔봤는데...
세상에나 미친듯이 달았다. 허니 잭다니엘이라더니그냥 허니 그 자체...
달아서 손발이 오그라들 정도. 이걸 상품으로 팔다니.. 애정했던 잭다니엘에 대한 신뢰가 깨져버렸다.
그래도 사온 것이니....물을 잔뜩 타서 희석시킨채로 두 어잔 마셨는데, 기내에서 잠을 거의 안자서고 알콜이 들어가선지 폭풍피곤이 몰려왔다. 잠깐만 누워야지 생각에 방으로 가 머리를 살짝 기댔는데 순식간에 잠이 들어버렸다. 세수도 못한 채로 푸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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