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봤습니다/영화를

잘 알지도 못하면서 12.08.14

 무언가를 보고, 흔적을 남겨야겠다고 생각했다. 많은 걸 보았으면 뭘하나 새로운 걸 보면 다 흐려지기 마련인데-라고 생각하며. 그래서 마련한 네이버 블로그에 글을 적었었다. 몇 편을 적다보니 졸업작품이네 다른 일에 밀려서 흐지부지 되었었지.
 한참을 안쓰다가 오랜만에 손을 놀리려니 왠지 모르게 더 잘 써야할 것 같았다. 또 홍상수 감독의 영화다보니 더 잘 쓰고 싶어 힘을 빡주고 영화를 보게 되었다. 그렇게 힘주고 보던 와중, 주연(고현정)의 한마디.

 "그냥 이 순간을 즐겨요. 이 시간을 갖게해준 것에 감사하며 살자구요"

 정확한 워딩이 맞는지는 기억이 희미하다만, 뭘 그렇게 힘을 주고 봤나 싶었다. 좋았던 점을 좋았다고 쓰고, 싫었던 점을 싫었다고 쓰면 될것을... 그리고 영화 제목대로 잘 쓰는게 뭔지, 좋은 비평이 뭔지 "잘 알지도 못하면서" 뭘 그렇게 안간힘을 썼던걸까?^.& (영화 보신 분만 보셔요.)

 


 재밌는, 아니 이상한 캐릭터였다. 구감독은. 아니 어쩌면 너무 현실적이어서 이상하게 느낀걸까?

 우유부단한데다가 입 바른 말을 툭툭 내뱉기 일쑤인 주인공. 자기보다 잘난 사람(후배 감독과 양선배)을 보면 질투를 하고 자신이 더 나은 점(힘과 체격 등)으로 눌르려든다. 자기를 칭찬해주면 좋아서 어쩔 줄 몰라하고, 여자를 꼬시기위해서 사랑한다는 말을 수도 없이 내뱉는다.

 그런 찌질한 캐릭터가 처음에는 당하고만 있다가 후반부에 가서 고 국장에게 소리치는 모습이나, 양 선배의 여자와 자는 모습을 보여주니 왠지 통쾌하기도 했다. 결국은 걸려버리지만...그 상황에서도 제 성격 못 버리고 도망가버리는 구 감독. 잘 알지도 못하면서 짝이니 뭐니 해대더니만..

 주연이 마지막에 잘 알지도 못하면서 할 땐 왠지 모를 쾌감도 느껴졌다.

"그래! 이 새끼야. 잘 알지도 못하면서, 짝이니 뭐니 나불대더니 도망이나 가고 어휴, 남자 새끼가."
 이런 생각?이 들었달까.

 홍상수 영화의 감독을 다 본건 아니지만, 거의 거꾸로 보아왔다. 옥희의 영화, 하하하, 다른 나라에서... 다른 사람들은 요즘 영화가 예전같지 않다며 얘기하곤 하는데, 글쎄.. 난 다른 나라에서를 가장 재밌게 봤던 것 같다. 전에 봤던 3편은 다 재밌었는데, 유독 이 작품에 신경을 곤두세워서인지, 어리둥절한 기분이 든달까?


전체적으로 대사들이 너무 리얼하다고 해야할까? 배우들이 만나는 순간의 공기와 어색함이 실제로 느껴지는 기분이 들었다. 반가워요 반가워요... 특히 저 양 선배의 연기가 아주 좋았던 것 같다.



이제는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오는 그의 오프닝들...


비평거리를 찾느라고 눈을 부릅뜨기 보다는 작품에 더 빠져서 감상을 하는 습관을 길러야겠다. 쓸데없이 날카로와지기만 하는 모습이 영 보기 안좋은 것 같아..